제작 노트
제작 노트 1 ·

맞히지 않고 비춰 봅니다

답답한 마음으로 생년월일을 어딘가에 넣어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돌아오는 건 대개 스포츠신문 구석의 오늘의 운세 같은 서너 줄입니다. 반면 사주를 조금 아는 사람은 전혀 다른 깊이의 자료를 받아 갑니다. 이 서비스는 그 격차가 안타까워서 시작했습니다. 용어를 몰라도, 이 문화가 처음이어도 자기 자리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물론 기술이 발달하면 이 격차는 점점 줄어들 겁니다. 다만 문턱이 낮아진 자리에는 어김없이 유료 상품이 새로운 층차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서비스가 금세 무의미해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처음 정한 규칙은 하나였습니다. 맞히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겁을 주는 말은 쓰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무슨 무슨 살이 끼었다" 같은 말이 있습니다. 삼재, 살, 형파는 사주 풀이에서 실제로 흔히 쓰이는 말이고, 이 서비스도 계산에서는 합과 충을 살핍니다. 다만 그 말들을 불행의 근거로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세상에는 겁먹고 두려워할 것들이 이미 충분합니다. 어차피 살다 보면 뜻밖에 개구리를 먹어야 하는 일이 닥칩니다. 거기에 대고 "이만큼 큰 개구리가 몇 마리 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주는 것이 감동적일 리 없습니다.

대신 세 가지를 순서대로 관찰합니다.

탐사선이 낯선 행성에 닿으면 물이 있는지부터 보는 것과 같은 순서입니다. 그리고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을 먼저 말합니다. 한겨울 언 땅에 선 나무를 두고 "춥다"로 끝내지 않고, "나무는 잎을 다 떨구고 깊은 뿌리에 기운을 모아 겨울을 견딥니다"라고 먼저 씁니다. 모자란 볕은 그다음에, 그것도 "이 깊은 뿌리를 데워 줄 온기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남깁니다. 위로하려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입니다.

다이얼 자물쇠를 상상했습니다

명식이 확정되는 순간을 처음에는 정교한 다이얼식 가방 열쇠처럼, 퍼즐이 딸깍 맞아떨어지는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웹 화면이 HTML로 짜여 있다는 것만 들어 본 초심자에게는 그 상상을 구현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글자 열이 굴러가다 탁 멈추는 정도가 그때의 최선이었습니다.

만들고 나서 보니 이 모양은 슬롯머신과 닮아 있었습니다. 릴이 구르는 순간 사용자는 이것을 복권으로 받아들입니다. 같은 생일이면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오는 계산인데, 연출이 "운에 맡기는 뽑기"라고 말하는 셈이었습니다. 그래서 지향점을 다시 잡았습니다. 뽑는 느낌이 아니라 좌표가 맞아 들어가는 느낌, 망원경의 초점이 잡히듯 궤도가 걸리듯 하는 것입니다. 화면에는 아직 그 모양이 남아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그림 선택에도 랜덤을 쓰지 않습니다. 생년월일시로 정해지는 값으로 고르기 때문에, 같은 생일과 시를 넣으면 누가 열어도 같은 그림이 나옵니다. 절기로 달이 바뀌면 그림이 한 칸 옮겨 가기도 하는데, 그것도 뽑기가 아니라 절기를 따르는 것입니다.

천간은 기호로, 지지는 자연으로 그렸습니다

글자에 마우스를 올리거나 손끝으로 누르면 작은 그림이 뜹니다. 천간 열 개는 진파랑 바탕에 흰 분필 선으로 에너지의 흐름만 그렸습니다. 甲은 갈라져 오르고, 丙은 사방으로 퍼지고, 庚은 단단한 결정처럼 보이도록 했습니다. 반면 지지 열두 개는 일부러 구체적인 자연 이미지입니다. 하늘의 기운은 추상으로, 땅 위의 계절은 눈에 보이는 풍경으로 나눈 것입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결정은 子입니다. 흔히 子는 물을 떠올리는데, 여기서는 땅속에서 아직 싹트지 않은 씨앗으로 그렸습니다. 바로 앞의 亥에서 받은 씨앗이 묻혀 있는 모습입니다. 그렇게 해야 열두 개가 나란히 놓였을 때 씨앗이 싹트고, 자라고, 열매 맺고, 다시 씨앗으로 돌아오는 한 해의 이야기로 읽힙니다.

두 가지 바람

이 서비스를 만드는 동안 바람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노점에서 네잎클로버를 코팅해 지갑에 넣는 정도의 가벼운 위안이고, 다른 하나는 문신을 새긴 것만큼 든든한 기분입니다. 두 바람은 서로 반대로 당깁니다. 가볍게 만들면 무게가 사라지고, 무겁게 만들면 문턱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 둘을 층으로 나눴습니다. 이미지가 몰라도 느끼게 하고(접근성), 한자가 오래된 신비를 담고(무게), 숫자는 원하는 사람만 찾는 곳에 둡니다. 모든 화면을 이 질문으로 검사합니다. 이게 둘 다 지키는가.

맞히는 서비스가 되지 않으려면 결국 몇 가지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예언, 겁주는 말, 뽑기의 짜릿함. 대신 남은 것이 좌표입니다. 당신이 어디에 서 있었는지는 그림으로 보여 드릴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보여 드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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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비스가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그날의 그림 이야기와 작동 방식에, 화면에 나오는 말들은 용어집에 적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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